"또 이르시되 내가 너희와 함께 있을 때에 너희에게 말한 바
곧 모세의 율법과 선지자의 글과 시편에
나를 가리켜 기록된 모든 것이 이루어져야 하리라
한 말이 이것이라 하시고
이에 저희 마음을 열어 성경을 깨닫게 하시고"
(눅 24:44-45)
마음이 깨우쳐지기 전에는
말 그 자체로서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
하나님의 말씀은 등불과 같지만
하나님께서 내면의 불을 밝혀 주시기 전에는
그것이 어둠과 눈먼 자들 속에서
비취고 있을 뿐이라는 사실이다.
눈먼 자들을 밝혀주는 것은 하나님 자신의 일이다.
하늘의 예언을 통해 우리에게 제시된 생명의 빛이
우리에게 아무 효력을 발휘하지 못할 정도라면
우리 본성의 타락이 얼마나 심각한가 하는 점이
명백하게 드러난다.
올바른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면
우리의 의지가 순종하기에 적합할 리 있겠는가?
우리는
모든 면에서 실패하고 있을 뿐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하늘의 교훈은,
성령께서 그것을 깨닫도록 우리의 지성을 형성하고
우리의 마음이 그 멍에를 받아들이도록 하기 전에는
우리에게 아무 소용도 효력도 없다.
그리스도의 적합한 제자가 되려면
우리 자신의 지능에 대한 신뢰를 모두 저버리고
하늘로부터 빛을 구해야 하며
자유 의지라는 헛된 생각을 포기하고
하나님의 지시에 스스로 굴복해야 한다.
하나님 앞에 현명한 사람이 되려면
바보가 되라는 바울의 권고가 옳은 것은(고린도전서 3:18)
우리 자신의 지성에 대한 신뢰만큼
성령의 빛을 가로막는 악독한 휘장이 또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제자들은 성경에 제시된 그대로의 하나님의 신비를 깨닫는 데 있어서
아무 도움이 없이 스스로 지성이 트인 것이 아니라는 점을
독자들은 주목해야겠다.
이렇게 해서(지성을 내려 놓고 성령의 인도를 받음)
"내 눈을 열어서 주의 법의 기이한 것을 보게 하소서"(시편 119:`18)
하는 기록이 성취된 것이다.
하나님께서 그의 백성에게 그의 영을 부여하시는 것은
그의 말씀의 용법을 철폐하려는 뜻에서가 아니라
오히려 그것이 열매를 맺도록 하려는 뜻에서다.
- '공관복음강해주석'/ 존 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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