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님과 교제하기 위해 그분 앞에 나올 때부터 내 안에서 전쟁이 일어납니다. 그분 앞에 나와서 제가 하는 일은 없습니다. 무릎 꿇고 성경을 보는 것이 아닙니다. 그냥 그분을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분 만나기를 간절히 원하는 것입니다.
사람마다 각자 자신의 삶에서 가장 귀중하게 여기는 것이 있습니다. 과거 저에게 가장 귀중한 것은 돈보다도 시간이었습니다.
시간을 투자해서 책을 읽거나 성경을 읽거나 논문을 쓰거나 학생을 지도하면 머리에 지식으로 남든지, 일의 성과로 남든지 남는 것이 있습니다. 그런데 거룩한 낭비는 그분 앞에 나와 무릎을 꿇고 3시간, 4시간, 5시간, 6시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무작정 기다리기만 하는 것입니다.
기다리는 동안 수많은 잡생각이 나고 때로는 음란한 생각마저 들기도 합니다. 3시간이고 4시간이고 기다렸더니 드디어 하나님이 말씀하셨다면 다행인데, 그렇게 6개월이 가고 1년이 가도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러고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나려면 얼마나 시간이 아깝고 허무한 기분이 드는지 나중에는 머리를 벽에 박고 싶었습니다.
“하나님, 이게 뭡니까? 이러다가 돌아버릴 것 같아요! 이러다가 내가 미치는 거 아닙니까? 도대체 어쩌자고 말씀을 안 하십니까?”
오직 내 안에 계신 성령님께 귀 기울이며 기다리려고 할 때 잠자던 내 안의 혼과 육의 것들이 다 일어나서 아우성을 칩니다. 그것과 싸우다가 3,4시간을 보내고 나면 아무것도 남는 게 없습니다. 그냥 시간을 버리는 겁니다. 진짜 낭비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마침내 하나님이 찾아오셨습니다. 세미한 음성으로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누구인지, 하나님이 나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그리고 내 생명이 지어지기 전에도 나를 알고 계셨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얼마나 놀랍고 기뻤는지 모릅니다. 세상이 줄 수 없는 평강과 말할 수 없는 기쁨을 맛보았습니다. 이 기쁨은 말로 다 설명할 수 없습니다. 직접 맛을 봐야 알 수 있습니다.
그때부터 하나님은 너무나 편안하고 쉽게, 그리고 다양하게 말씀하시기 시작했습니다. 때로는 세미한 내적 음성으로, 내적 감동으로, 환상으로, 성경 구절과 단어로 말씀하셨습니다.
그 뒤 어느 집회 때 “제가 하나님을 만나기 위해 얼마나 오래 기다렸는지 아십니까?”라고 자랑삼아 말했습니다. 그 순간 갑자기 내면에서 온몸을 사로잡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기철아, 네가 기다린 것이 아니라 내가 기다린 거야!”
말씀을 전하면서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귀까지 벌게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 후로 저는 다시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긴긴 시간을 기다려서 하나님을 만난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제 육신의 모든 탐욕과 쓴뿌리와 상처와 나의 욕구, 내 자아를 포기하는 그 시간을 오랫동안 기다리셨던 것입니다.
◈그분은 내가 구원받은 그때부터 내 영 안에 계셨습니다. 그런데 내 마음이 세상에 묶여 있었기 때문에 제 안에서 말씀하시는 그분을 만나지 못한 것뿐입니다.
무작정 기다리기만 한 그 시간에 육적으로나 혼적으로 얻은 것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오직 그분만 바라보고 그분만 의지하고자 하는 그 의존성 때문에 내 육적인 자아가 죽기 시작한 것입니다. 내 인생에서 가장 귀중하게 여겼던 시간, 돈, 생각, 모든 것을 내려놓는 시간이었습니다.
내가 하나님을 만나기 위해 기다린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인내하며 오래 기다려주셨습니다. 그 긴긴 시간 끝에 깨달은 것은 하나님이 내 안에 계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낭비(waste)입니다.그렇지만 그 결국은 거룩한(divine)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거룩한 낭비’(divine waste)라고 부릅니다.
육적 자아를 포기하지 않으면 하나님과 교제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거룩한 낭비의 시간을 가져야 하고 그 시간을 좀 더 단축시키기 위해서는 자기 인생에서 귀중한 것을 내려놓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 알고 싶어요 성령님, 손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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